(15세 개정판) 3월 둘째 주의 캠퍼스 안도 두 달간의 고요한 정적을 깨고 여기저기 생기 있는 젊음을 되찾았다. 지형은 일 년 만에 K 대학 안에서 아니, 밖에서도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30대 초반에 교수의 자리에 앉은 제 실력 탓도 있겠지만, 것보다 그의 외모가 너무도 눈에 띄었다.
“어제 잘 보냈어요?”
지형이 가져온 브리프 케이스를 내려놓기 무섭게 네! 라는 답이 외쳐졌다. 앞줄부터 채워진 자리는 신기하게도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날이 날이니만큼 오늘은 한 번 출석체크를 해볼 마음이었다. 자신의 수업에 꼭 들어오겠다는 타과의 학생들까지 합세해 수강신청은 언제나 전쟁 아닌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게 대단하기도 하고 또, 그 속을 뚫고 온 승리자들을 한 명씩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이수인.”
“…….”
“이수인. 결석인가?”
학생들이 일부러라도 어떻게든 들으려 한 수업이었다. 첫날부터 결석인가라는 생각에 지형이 고개를 들고 한 번 더 이름을 불렀다. ‘결석인가 보네.’하고 볼펜으로 선을 긋는 순간, 별안간 쿵! 소리와 함께 ‘아!!!!!!!!’하는 소리가 구석에서 흘러나왔다. 그 바람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수인은 너무 아파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김승원, 너 죽었어-’라는 표정으로 옆을 째려보았다. 승원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다급하게 ‘출석!’이라고 외쳤다. 출석? 그제야 정신이 든 수인이 이마에 댄 손을 얼른 떼고 높이 들면서 ‘네!’ 목청을 높였다.
“이수인?”
“…네.”
수인은 아까의 당찬 패기는 어디로 가고 부끄러움에 모기만 한 소리로 대답했다.
첫날부터 이게 뭐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떴다. 그리고는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고개를 들고 손을 높이 든 채 교수에게 자신의 위치를 확인시켜줬다.
지형이 출석부에 체크한 걸 다시 정정하고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수인은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을 뻔했다. 아니 다시 기억해보면 정말로 사람의 심장이 멎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지형 역시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모두 사라져버린 채, 멍하니 수인을 바라봤다. 시간이 정지해버린 것 같았다. 꽉 차 있던 강의실에는 순식간에 모두가 사라지고 둘만 남은 듯했다. 갑자기 한 달 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날 밤, 그 여자.
자신에게 하룻밤 꿈처럼 다가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그 여자.
그 여자가 다시 한번 지형의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