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사랑 없는 결혼, 어쩔 수 없다 생각했다.
재벌에게는 결혼마저 손익을 철저히 계산하는 비즈니스였으니까.
그렇게 예고 없이 정해진 약혼자는 오랜 친구, 연하라였다.
“결혼한 후에도 다른 여자 만나고 싶으면 만나.
혹시 애가 생겨도 호적에 올려. 괜찮아.”
자기 약혼식에서 한 번을 웃지 않던 얼음 같은 연하라.
그녀는 약혼식이 끝난 지금, 그에게 두 집 살림, 혼외자 따위를 논하고 있었다.
“너라면 정으로, 친구처럼 잘 살 자신 있었어.
근데, 미안하지만 마음이 바뀌었어.”
급작스러운 약혼인 건 맞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나랑 연애하자, 연하라.”
사랑 없는 결혼 따위 이젠 관심 없다.
2권
“연하라, 연애는 머리로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시작도 못 하고 있어.”
“……시작한다고 한 적 없어. 너도 상황에 맞춰서…….”
“그건 약혼이고, 이 ‘연애’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선택권 따위 없는 두 그룹의 비즈니스일 뿐이어야 했는데
재하는 어느덧 눈에 진심을 가득 담고 있었다.
“누구라도 감히 널 무시하거나 멸시할 수 없어. 설령 그게 네 아버지라도.
그러니까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돼.”
따뜻한 햇살보다도 더 따뜻한 재하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울렸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가장 듣고 싶었던 한마디.
“응…… 나와 함께해 줄래, 재하야?”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항상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