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이 지한을 만나던 때는 항상 비참한 순간이었다.
지하철 입구에서 김밥을 팔던 날
추모공원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청소를 하던 날
삶에 찌들어 있던 어느 날…
또 그를 만났다.
***
“너 뭐야?”
바짝 다가와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민 서지한이 이를 물고 으르렁거렸다.
서지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압박감이 숨을 막히게 했다.
그는 작년에 보았던 것보다도 더 차갑고 날카로웠다.
서윤은 도전하듯 턱을 높이 들었다.
“뭐가요?”
“이것도 우연이야?”
“우연인지 뭔지는 관심 없지만, 자꾸 마주쳐서 기분 안 좋은 건 저도 마찬가지라 그런 질문은 꽤 껄끄럽네요.”
“우연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걸 필연이라고 부른다지? 필연은 사람을 가깝게 하는 좋은 수단이고.”
비소를 입에 문 지한의 입술이 비틀렸다.
서윤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 우연은 필연이 되고 마침내 운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