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를 수호하는 아름다운 수호신, 아윤(峨奫).
문득 찾아온 여인 청아에게 마음을 사로잡혀
금기를 어기고, 호(湖)의 각인을 새겨 제 것으로 만들었다.
“너는 나의 천호다!”
나의 마음이 너에게 향한다는데 옳고 그름이 어디 있겠느냐.
너에게 나의 마음을 두고 왔다. 이 머릿속에 너를 아예 들어앉혀 놓았는데, 그 누가 나에게서 너를 떼어 놓을까.
“누군가 그러한 이유로 너와 나의 연정을 허락지 않는다 한다면, 한번 해 보라 하라. 나는 결코 너를 놓지 않을 테다. 너에게 향하는 이 연정까지도 멈추지 않을 테니, 어디 한번 해 보라지.”
참담한 운명에서 제 발로 달아난 여인, 청아(淸娥).
수양부에게 쫓기다 우연히 들어선 그곳은,
절대 인간은 들어갈 수 없는 신성한 호수, 천호(天湖)였다.
“널 안고 싶고. 이토록…… 널 원하게 되니.”
신과 인간의 연정은 금기이지만,
신과 영물의 연정은 금기가 아니었다.
삶과 죽음.
잊히는 것과 잊는 것.
그 경계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청아.
스무 해를 인간이라고 믿고 살아온 청아에게 커다란 돌풍이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