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봉황의 기운을 가진 규수 예원은 세자 적과 혼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세자 적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4년이 넘도록 예원을 품에 안지 않는다. 그런 예원의 곁에 첫 떨림을 주었던 사내 정후가 수행궁전지사가 되어 나타나는데…
-본문 중에서-
“전하의 여인이옵니다. 헌데, 어찌…… 저를 이리 버리십니까.”
적은 그제야 살짝 고개를 돌려 예원을 바라봤다. 예원의 모습은 아련하고 가여웠다. 그러나 적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짓누른 채 낯선 사람에게 말하듯 그렇게 냉정한 말투로 예원에게 대답했다.
“과인이 중전을 품을 수 없는 연유를 알게 된다면 그때는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오. 허나 중전에게 그 연유를 언제 말하게 될지는 과인도 알지 못하니, 과인의 여인이라는 것을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빠를지도 모릅니다.”
적의 말에 예원은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한 채 적의 모습을 바라봤다. 적은 잠시 망설이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방문을 열어 예원의 처소에서 빠져나갔다.
예원의 처소의 문이 열리자, 처소 주변에 있던 모든 궁인들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몸을 낮췄다. 적은 처소의 계단을 내려와서야 그 걸음을 멈춰 섰다.
걸음을 멈춰 서게 한 것은 예원의 흐느낌이었다. 가냘프게 들려오는 그 울음소리에 적은 돌아서서 처소를 바라봤다.
‘그래도…… 그자를 만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