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처럼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막강한 할아버지의 재력에 모든 사람들이 떠받들 뿐. 지금껏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해본 적도, 누구를 만나 본 적도 없다. 그래도 자신을 아껴주는 약혼자가 있어 행복하다 믿었던 그녀, 연우.
그러나 그에게 여자라 인정받고 찾아간 그의 집에서 다른 여인과의 불륜 장면을 발견한 뒤로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우연히 자동차 사고로 알게 된 그 남자, 권태희.
연우는 자신을 배신한 약혼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차에 휴대폰을 놓고 간 그 남자를 호텔로 불러 하룻밤을 함께 보낼 것을 요구하고, 너무나 애절한 그녀의 눈빛에 결국 태희는 그녀의 요구를 수락한다.
그리고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
진흙탕 속에서 새로운 빛이 되어 준 연우는, 처음으로 숨 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태희는, 서로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둘만의 세계를 향해 도망을 가지만…….
“혼자서 축배를 들 일이 있었습니까?”
“축……배?”
여전히 멍하게 굳어 문가에 서 있던 연우는 앵무새처럼 그의 말을 따라 했다. 그가 연우를 돌아보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핸드폰만 줄 생각이었다면 이런 곳으로 날 부르지 않았겠죠. 얌전하게만 보이는 아가씨인데 깜짝 놀랐습니다. 난 비싼데. 아주, 아주.”
‘어떻게 이보다 더 최악일 수가 있어?’
장난스럽게 눈을 빛내고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연우는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내 생일이에요. 스물한 살. 그러니까 어른이 되는 날.”
“하하하! 그럼, 난 부잣집 아가씨의 성인이 된 자축 선물이라 이건가요? 미치겠군. 이봐요, 아가씨! 미안하지만 오늘은 다른 남자를 부르든지, 아니면 그냥 비싼 와인이나 한 병 시켜서 마시고 자요. 다른 날 같으면 까짓것 한번 자 줄 수도 있는데 오늘은 아까 아가씨 차에 부딪치는 바람에 허리가 안 좋아요. 게다가 내 꼴을 보면 알겠지만 오늘 무지 피곤했거든. 그렇게 남자가 궁하면 내가 다른 녀석 소개시켜 줄까요? 돈 안 줘도 밤새 끝내 주게 서비스할 수 있는 녀석들이 깔리고 깔렸는데.”
그는 그녀의 반응을 기대하듯 잠시 말을 멈추었지만 이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연우의 표정을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내 핸드폰이나 줘요. 가야 되니까.”
연우가 쭈뼛거리며 핸드폰을 내밀자, 남자는 그것을 받아 두 번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문 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 본문 내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