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현 씨의 청혼이 유효한지 묻고 싶어요.”
“무슨 뜻이야?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거 같은데.”
“나와 결혼할 의사를 아직 갖고 있는지 물었어요.”
그와 그녀는 서로를 사랑해서가 아닌 필요에 의해서 결혼한다.
그리고 영원히 타인일 수밖에 없는 부부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그녀에게 말한다.
“우리, 여느 부부처럼 살아보자.”
- 본문 중에서 -
“미친 새끼.”
의현은 준영이 눈앞에 있다면 인정사정없이 죽도록 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주먹이 부르르 울었다.
교은과의 결혼을 앞둔 의현은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 준영의 존재가 더할 나위 없이 거슬렸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된 준영이 미련스럽게 현실을 망각하며 언젠가 다시금 교은을 찾아올 것 같은 불길함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했던가?’
의현은 준영과 교은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는 생각에 오장육부가 꼬이는 것 같았다.
‘두 사람 다 알아뒀으면 좋겠는데. 내 품에 들어온 건, 내 스스로 놓아주기 전에는 함부로 넘보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넘봤다가는 좋지 못한 일이 발생할 테니까.’
의현의 눈가가 오싹하게 경련했다.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맞이한 준영과 교은의 애틋함이, 감성보다 이성이 강한 의현의 냉철함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