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꿈이었을까. 바람처럼, 나비처럼 흩어지는 한낱 부질없는 꿈이었을까.
'비록 내가 널 취하지 않았어도 훗날 사람들은 진정 사랑했다 할 것이다"
'괴물'로 불리는 사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천재 허균.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기생 매창.
왕의 신분으로 한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광해군.
셋이 빚어내는 조선 최고의 염문, 세기의 러브스토리.
결국 인생은 어쩌면 한 낮의 달콤한 낮잠, 나비잠과 같을지도.
후회없이 신명나고 흐드러지게 한 판 놀다가면 그만인걸.
* * *
“가는 사내 옷고름 잡지 않는 것이 기생방 법도나…….”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고, 허균도 멈췄다.
“술은 마셔봐야 알고, 계집은 품어봐야 알지 않겠습니까?”
방 사이를 가른 대나무 발 뒤에 희미한 형태의 한 기생이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사람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든가?”
“아무 의미 두지 말라. 아무 생각 없었으니! 그저 조용히 한 잔 기울이고 싶었을 뿐.”
달빛 아래 허균을 남겨놓고 삿갓이 무심히 걷는다.
“듣기보단 제법 여색 밝히시는데.”
‘설마……?’
광해군이 멈추었다. 허균이 이쪽을 향해 씩 웃으며 보탰다.
“거기가 광해군이라는 건, 바보도 알아!”
“매화가 비치는 창가에 그림자라, 매창 나오!”
'조선의 계집은 계집으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계집으로 키워진다.'
언젠가 난설헌 누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확실히 시대를 잘못 태어난 계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