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꽃밭에서 나인으로 일하는 파이는
연인을 제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400년간 잠들었던
강의 신, 하백을 깨우고 만다.
한데 이 하백이란 사내, 지나치게 잘생겼다.
입만 열었다 하면 독기 서린 말을 뿜어내도
어떻게든 다가가 마음을 얻고 싶을 만큼.
“그건 무슨 표정이냐?”
“애교요.”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라! 죽는 수가 있다!”
그러나 매번 씨알도 안 먹혔다.
젠장. 이제 강가엔 안 가리라, 강 쪽에다 똥도 안 싸리라 마음먹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네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지 않을 테니까, 믿고 자라.”
“참이십니까?”
“그래, 약조하마. 내가 네 곁에 없으면 나는 이제 개다. 됐느냐?”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린 탓이라 해도 동거를 하게 되었으니,
이제 드디어 그녀의 진가를 보여 줄 차례다.
두고 보라지. 반하나, 안 반하나.
▶잠깐 맛보기
“저, 송구하지만 우리가 대체 어디까지 갔던 관계였는지 물어도 되겠는지요?”
하백이 말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디까지 갔으면 되겠느냐?”
“네? 잘 감이 안 잡혀서 묻는 것인데…….”
“네가 상상하면 거기에 딱 맞춰 주려 했다.”
사람을 취조하는 군사의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농이라는 걸 지껄이고 있는 건가?
당최 저 얼굴은 농을 하는지 참을 말하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대충 때려 맞추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아마 손만 잡지 않았을는지!”
“틀렸다. 난 제법 할 수 있는 데까진 했다.”
그게 어딘데? 대체 어디까지 한 건데?
궁금증이 좔좔 흐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더 이상 친절해질 마음이 없어 보였다.
“하백 님! 그러니까 어디까지 갔는데요?”
“두루두루, 좋았다.”
“네에?”
점점 더 야한 생각만 깊어져 간다.
“그게 좀 더 자세히……!”
“손이 갈 수 있는 덴 다 가 본 것 같다.”
그게 더 야하다! 대체 거기가 어디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