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마셔도 될까요?”
5년이란 시간동안 실종 된 남자친구를 위한 추모기간을 끝내려 마음먹은 정레아.
“친구…… 필요해요?”
결혼을 생각했던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감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남자. 차태환.
“혹시나 해서 묻는데 필요한 친구가 내가 생각하는 그 친구 맞아요?”
“아마도.”
빈정거리는 남자의 물음에 즉답하는 여자의 눈빛이 곧게 쏘아져온다.
“나 원나잇은 취미 없는데 말이지…….”
“싫으면 말해요. 당신 아니라도 널리고 널렸으니까.”
담담하게 자존심을 건드리는 여자의 말.
태환은 뚜껑이 열린다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빌어먹을. 원하는 거 아니었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레아가 기름을 부었다.
“보상을 원하면 말해요.”
으득, 이를 갈아붙이는 태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본문 속으로-
연한 다갈색의 커다란 눈동자가 정처 없이 흔들린다.
도대체 이럴 거면서 이 여자는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일. 태환이 그대로 고개를 내려 여자의 입술을 물었다.
“고작 이정도 가지고 이러면 재미없지. 본 게임 시작도 안했는데.”
“게임 시작하기 전에 숨 막혀 죽긴 싫었거든요.”
주워 오는 게 아니었는데.
바다에 빠져 죽든! 비에 맞아 길바닥에 쓰러져 죽든!
후회가 들불처럼 가슴을 친다.
태환이 잇새로 새어나오는 욕설을 씹어 삼키며 이를 갈았다.
“젠장. 끝까지 가자 이거지?”
“물론. 난 시작한 일에 물러서는 법을 몰라요.”
조금 전까지 떨던 여자는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 파릇하게 눈빛을 세우는 잘 벼린 무기 같은 여자만 있을 뿐.
“당신 이름이 뭐야?”
“…… 그냥 여자. 이거면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