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달라고 해서 기껏 와 줬더니, 눈길 한 번을 안 주네?”
인하는 이영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뒤로 물러설 줄 알았는데 그녀는 그곳에 버티고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한 번 밀리면 두 번 세 번 밀어붙일 거란 걸 아는 듯했다.
“이렇게라도 마주 서 있으니 난 너무 좋은데, 넌 아닌가 보다.”
이영과 이 저택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텐데, 하는 후회와 이렇게라도 곁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각자의 욕망과 갈증으로 가득한 이곳.
그는 여전히 이 저택 안에서 외톨이였다.
때론 정글 같고, 때론 사막 같고, 때론 시베리아 한복판 같은 메마른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유이영뿐이었다.
이영은 비록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얼굴이라도 보고 나니 조금은 숨쉬기 편해졌다.
일러스트: 사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