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원래 그런 거야. 물잔 하나도 돌려쓰고 숟가락 하나로 나눠 먹는 거.” 란의 대꾸에 권은 반박하고 싶었다. 그런 걸로는 가족이 될 수 없다고. 그러나 역시 말할 수 없었다. 그건 사실이긴 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넌 참 쉬워서 좋겠다.” 란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권을 그림의 떡 보듯 해야 한다는 게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말할 수 없었다. 그게 그녀에게 닥친 현실이었다. “사랑해.”란의 고백에 권은 헛웃음이 나왔다.“너뿐이야.”귀를 틀어막고 싶었다.“재밌냐?”권이 빈정거렸다.“돈 안 드니까 막 내뱉는 거냐? 희망고문이야?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사람을 놀려.내가 웃겨?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니까 만만하지. 다 들어줄 것 같지, 다 받아 줄 거 같지?”“권아, 나는…….”“그만하자.” “이제 그만해. 나도, 빌어먹을…… 버릴 테니까. 너도…….” 열여덟 해의 가슴앓이. 그리고 십 년 후, 그들이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