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성격에 조금 푼수 같은, 발랄한 한글의 옆에는 항상 치킨을 대령하고 술 상대가 되어주는 주한이 존재한다. 새내기 때의 첫 오리엔테이션부터 한글의 곁을 지킨 주한이었지만, 그게 다였다. 주변에서 그들의 사이를 의심하고, 스캔들까지 퍼졌음에도 그들은 굳건했다. ‘친구로서.’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녀의 옆을 묵묵히 지켜준 한 남자. 친구라는 이름 아래에서 주한은 때로는 남자 친구처럼 한글을 지켜주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처럼 챙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친구처럼 푸념을 들어주기도 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렇게 그녀의 첫사랑, 두 번째 사랑, 사회로서의 첫 발걸음까지 모든 것을 함께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자취방 문을 아무런 허락도 없이 열고 들어갈 만큼 허물없는 사이였지만 그들을 묶는 이름은 항상 ‘친구’였다.공식적으로는 9년, 비공식적으로는 10년이 넘도록 한글만을 바라보며 옆에 있었던 주한은 단지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