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내 것이다. 그 누구도 너를 내게서 빼앗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것이 설사 신이라고 할지라도……….”10년차 조연 배우, 이수안은 매니저와 다툼 중 한강으로 빠지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깨어난 곳은 다른 세계. 그리고 황제의 침실. 꿈인가 싶을 만큼 믿을 수 없을 상황임에도 피부로 와 닿는 느낌은 소름끼치도록 현실적이다.“노이옐 제국 건국 999년, 수인의 달. 피휴네스님께서 재림하셨습니다.”그곳에서 모두 자신을 대신관 '피휴네스 수이안'으로 알고 대하는 것이 낯설고 당혹스럽지만 기묘한 익숙함이 느껴지는 위화감. 놀라서 자연스레 크게 뜨여진 눈을 하고 남자의 붉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신기하다. 루비를 동그랗게 깎아놓으면 저럴까? 아니, 루비보다 더 진한 석류석 같은 빛깔. 무언가 사람의 눈동자 같지 않다. 어떤 이종족이 주시하고 있는 기분. 눈길을 피하고 싶은데 그 적안의 시선에 족쇄라도 달린 듯 꼼짝을 할 수 없다. “잘 돌아왔다, 나의 수이. " 낮게 깔리는 그의 음성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머리로는 내 이름이 아닌데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온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돌연 심장이 붕하니 부풀어 오르는 것 같더니, 이내 극렬하게 죄여온다. ‘네가 보고 있는 게 누구지?’그의 저 눈빛은 내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이’ 라는 인물을 향한 것. 그의 이 깊은 진심 앞에 나는 계속 이리 그를 속여도 되는 것일까. 심장 저 깊은 한편에서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머리를 들이미는 것은, 지금도 이렇게 세상 단 하나 밖에 없는 보물을 바라보듯 절절하게 보고 있는 그의 눈빛 때문이다. 나는 이수안이니까.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움직였다. “난 수이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