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들은 때때로 어둠에 삼켜진다. 건물을 삼킨 검은 유체들은 변형을 일으키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한다.
그들을 처치할 수 있는 건 특수능력을 지닌 재난공무원들 뿐이었다. 그림자를 단단하게 굳혀 무기로 만들어내는 능력. 그것만이 건물을 삼킨 유체들을 갈라낼 수 있다.
다만 능력을 사용할수록 몸에 독이 퍼져 일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치료사를 통해 몸에 쌓인 독을 제거할 수는 있었지만 온전한 해독과 재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호감과 성애적인 접촉이 동반되었다. 그래서 개인 치료사 없이는 대부분 일찍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개인 치료사가 없는 귀수관은 강이준이 유일했다. 커다란 재난에서의 활약과 늘 건물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등의 모습으로 유명했지만, 잘생긴 얼굴이 드러난 뒤에는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일을 오래 하려면 치료사와 친밀한 관계를 맺거나 무리하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강이준은 꼭 일하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굴었다. 일이 끝나면 늘 옆에서 독을 제거해 주는 전담치료사 한정우, 그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을 모르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