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8년, 대전. 사람들은 하루 한 알의 배급 알약 '완식정'으로 산다. 배는 부르고, 아무도 맛을 모른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도 없다.
폐업 실사를 나온 판게아 연구원 오은수의 입에, 대흥동 빵집 '초심당'의 사장 한도하가 갓 구운 빵을 밀어 넣는다. 스물일곱 해 만에 처음 깨어난 혀. 그러나 이 빵을 구운 남자는 정작 맛을 모른다. 그의 미각을 빼앗은 알고리즘은 은수가 설계한 것이었다.
가게 깊은 곳에는 1951년 피란길에 품고 온 백 년 효모가 살아 있다. 그리고 그 효모가, 돌아가신 할머니의 평안도 사투리로 말을 걸어온다.
해커, 쓴맛을 너무 잘 느끼는 소녀, 겁 많은 배급소 주임, 옥상에서 밀을 키우는 노인. 한 끼를 함께 먹은 사람들이 식구가 되고, 판게아의 공세도 거세진다. 도시를 얼리는 냉동 부대, 폭로된 비밀과 깨진 동맹, 전파로 기억을 지우는 3세대 완식정. 이름을 잊어 가는 도시에서 식구들이 쥔 무기는 빵 냄새다. 머리는 잊어도 코와 손은 기억하니까.
그리고 마지막 전쟁. 거대 기업의 수장이 대전의 배급을 끊는다. "그 빵으로 모두를 먹일 수 있나? 모자라면 사람은 싸운다." 빵집 하나로는 백오십만 명을 먹일 수 없다. 도하는 백 년을 지켜 온 효모를 도시에 나누기로 한다. 천 개의 부엌에 불이 켜진다.
한 알이면 충분하다는 세상에 맞서, 한 식탁에 앉자고 싸우는 사람들. 대전(大田)에서 벌어지는, 가장 맛있는 대전(大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