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이름만 쓰시면 됩니다."
왕을 세우고, 그 왕의 명에 죽은 책사 서문량.
눈을 뜨니 세명그룹 계열사의 대리, 윤태경의 몸이었다.
책상 위에는 30억 원어치 악성 재고의 책임을 떠안으라는 확인서 한 장.
서명 한 번이면 끝난다.
회사는 조용해지고, 대리 하나가 사라진다.
"이름을 내주는 순간, 목도 함께 내주는 법이오."
컴퓨터도, 전자결재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안다.
누가 두려워하는지, 누가 체면에 매달리는지,
누가 웃으며 의자를 권하고 등 뒤에 칼을 숨기는지.
조직도는 세력도로.
판촉비는 군량으로.
징계위원회는 국문장으로.
미래 지식도, 상태창도 없다.
난세를 건너온 눈 하나로
누명을 설계한 자를 끌어내리고,
헐값에 버려질 재고를 제값에 팔고,
그룹이 버리려는 회사를 지켜낸다.
전생에 지키지 못한 사람을 닮은 후배,
그리고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그 끝에서 기다리는 곳,
재벌가의 심장, 기획조정실.
왕을 만든 자는 이번에야말로
왕보다 강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