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원이동자다, 아니, 차원빙의자라고 해야하나? 내가 거쳐온 수많은 차원들에서 나는 늘 내 마음대로 배역을 골라 연기했다. 먼치킨 히어로라든지, 사실은 뒤에서 주인공을 돕던 조력자 빌런이라던지,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들을 덕질하는 엑스트라 1이라던지.
최근에 내가 푹 빠진 건 바로 '병약 남주'였다. BL인 듯 BL 아닌 듯 미묘한 기류 속에서, 특히 형제 사이에 오가는 처절한 걱정과 진한 브로맨스에 제대로 치여버린 것이다. 옆에서 그 고통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가 그 당사자가 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짜릿함이었다. 사실 1도 안 아프면서 아픈 척 연기를 하고, 주변 사람들이 보내오는 걱정 가득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는 기분이란!
그 맛에 중독된 나는 이번에도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공작가 장남의 몸에 기꺼이 빙의했다.
그런데... 왜 못 돌아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