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언젠가 나를 죽일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오래전, 나를 지키겠다고 맹세했던 소년이었다. ― 시대의 영웅 디트리히 폰 브렉마르크와 혼인해 황후가 될 운명이었던 아리안은 편지 한 장으로 버림받는다. 값비싼 종잇장에 적힌 것은 고작 한 문장이었다. [더 이상 당신과의 혼담을 이어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디트리히가 아리안 대신 선택한 사람은, 오랫동안 존재조차 감춰졌던 그녀의 자매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처음 떠오른 것은 그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의문은 따로 있었다. 어째서? “……이게 당신을 가장 괴롭게 만들 테니까.” 겨우 마주한 디트리히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는 아리안을 자신의 가신과 혼인시킨 뒤, 그 결혼에서 초야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한다.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여자를 추락시켜, 가장 비천한 방식으로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러나 혼인이 강행되기 직전, 아리안은 사라진다. 누군가 그녀를 훔쳐 갔다. 끌려간 곳은 북풍과 모래사막의 나라 발란카. “당신이 원하는 건 대체 뭐죠?” “대륙의 권좌.” 남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것을 위해 공주를 훔쳐 왔습니다.” 이상한 남자였다. 대륙의 권좌를 입에 올리면서도 그 얼굴에서는 욕망을 읽을 수 없었다. 위협해도 동요하지 않고, 모욕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설명하지도, 이해를 구하지도 않은 채 자신이 정한 일을 끝까지 해낼 뿐이었다. 욕망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냉정한 집념이었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아리안은 구해진 것이 아니었다. 한 남자는 자신을 망가뜨려 제 것으로 만들려 했고, 다른 남자는 그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훔쳤다. 그에게 아리안은 원해서가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여자였다. 아리안에게 그는 살아남기 위해 속이고, 틈을 찾아내고, 끝내 그 계획을 무너뜨려야 할 적이었다. 다행히 아리안은 남의 뜻대로 살아가는 데 익숙했다. 그보다 더 익숙한 것은 순종하는 척하면서 제 뜻을 이루는 일이었다. 그는 아리안의 의지를 꺾어야 했다. 아리안은 그가 세운 모든 계획을 망쳐야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둘 중 누구도 처음 세운 계획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아리안이 사라진 뒤, 디트리히는 자신이 진실이라 믿었던 모든 증거가 거짓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너무 늦게야 알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버렸는지. 버린 여자를 되찾으려는 남자와, 처음의 목적대로 그녀를 내어 줄 수 없게 된 남자. 세상은 아리안을 차지한 남자가 다음 황제가 되리라 믿었다. 그래서 모두가 그녀를 차지할 방법만 궁리했다. 아리안이 끝내 그 판의 규칙을 바꾸리라는 사실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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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ra
Joara07/17/2026
  • Current버려진 왕녀는 누구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