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변두리에서 낡은 전파사를 굴려 먹고사는 서른다섯 노총각 이지철.
징글징글한 갱년기 엄마와 속 썩이는 중2병 조카 사이에서 하루하루 늙어가던 어느 날, 미쳐버린 시신경이 세상 만물의 껍데기를 뚫어버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고장 난 전자제품을 투시해 돈 좀 만지나 싶었다.
하지만 기계의 흠집 너머로 징글징글한 사람들의 상처가 보이고, 무심코 지나쳤던 가족들의 아픈 속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심지어 이 빌어먹을 능력은 쓸 때마다 내 수명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는데.
알면 다친다는 옛말이 딱 맞았다.
하지만 기계야 선 하나 갈아 끼우면 그만이지만, 내 새끼들 속 무너지는 건 고칠 부품도 없으니까.
어차피 닳아 없어질 목숨, 나는 기꺼이 눈을 뜨고 이 징글징글한 상처들을 꿰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