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나를 기억하지 마세요>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과거는 있다.
이서영, 서른세 살. 중견기업 총무과 과장인 그녀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직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단정한 말투와 차분한 성격,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모습 덕분에 회사에서는 '1등 신부감'이라는 말까지 듣는다.
지금의 그녀를 보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 거칠게 세상을 살아가던 아이였다는 사실을.
대학에 들어간 뒤 그녀는 모든 것을 바꿨다.
과거와의 인연을 끊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끝에, 이제는 더 이상 과거를 떠올릴 이유도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평범했던 어느 금요일 밤, 운명은 오래전 기억을 다시 꺼내 든다.
그리고 어느 날, 사장 아들이자 신임 상무로 부임한 강준서를 마주한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이 한마디만 건네도 얼굴이 빨개지며 지갑부터 꺼내던 비실비실한 남학생.
서영은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준서는 그녀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삥을 뜯겼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달랐다.
그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단 한 번이라도 더 말을 걸고 싶어서, 스스로 돈을 내밀었던 열여덟 살 소년이었다.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이제 관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겁 많던 소년은 회사의 상무가 되어 돌아왔고, 모든 과거를 지우고 살아온 여자는 그의 부하 직원이 되었다.
숨기고 싶은 여자와, 잊지 못한 남자.
과거를 지우려는 그녀와 과거를 간직한 그의 재회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