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성도의 유일한 약국에서 페이 약사로 일하고 있는 단유인.
느리고 조용하던 섬마을에 온천형 리조트 개발사업이 시작된 이후, 유인의 속도 시끄러워졌다.
얼마 전부터 약국에 들러 피로회복제를 사가기 시작한 미래월드 분양팀장 ‘공춘배’ 씨 때문에.
눈요기나 할 겸 말이나 섞어 볼까 했는데, 까칠하기가 사포 저리 가라다.
자꾸 자기를 모르냐 묻는데 머리를 심각하게 다친 게 아닌 이상 저런 얼굴을 잊을 리가 있나.
자꾸 제게 시비를 걸어오는 것도 같고, 수작을 부리는 것도 같아 혼란스러운 가운데 공춘배는 이 전쟁…… 아니, 밀당을 종결하기로 결정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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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유인.”
부름에 홀린 듯 나는 그가 선 쪽으로 다가갔다. 마주 보이는 눈동자가 새카만 밤보다 더 깊었다.
“…….”
“조심해.”
“……뭘, 요?”
“이제 인정사정없이 꼬실 거라고. 너.”
눈앞으로 느리게 다가온 커다란 손이 볼을 부드럽게 감쌌다.
“……흣.”
귀밑 경동맥이 팔딱팔딱 널을 뛰는 것이 느껴졌다.
“잘 버텨봐.”
굵은 엄지손가락이 내 윗입술을 뭉개듯 문질렀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입술로 불온한 열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굳이…… 버텨야 합니까?”
전의랄 게 없는 순순한 내 질문에 공춘배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타오르듯 번들댔다.
윗입술을 훑은 손가락은 아랫입술을 벌리듯 스치고 내려와 턱을 꾹 눌렀다. 그리 강한 힘은 아니었지만 입술이 벌어지기에는 충분했다.
그를 향해 멍하니 입술을 벌린 내 얼굴은 지금 어떤 표정일까.
“나는 말 안 할 거라서.”
“……?”
“네가 먼저 말할 거거든.”
“……무슨 말을?”
신의 완벽한 피조물 같은 아름다운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붙었다.
순간 이곳이 어디인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