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끼 안쪽의 C4 스위치를 눌렀을 때, 내 삶은 통일을 눈앞에 둔 채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억지로 눈꺼풀을 떴을 때 코를 찌른 건 가죽 냄새와 기름 타는 냄새.
거울 속에 비친 건 칼자국이 선명한 낯선 사내의 얼굴이었다.
1911년 3월 14일, 훗날의 독립전쟁이 피로 얼룩지기 전의 북만주 밀산부.
나는 이름 모를 마적단의 대두령이 되어 있었다.
알고 있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 한 역사는 전생에서 이미 충분히 곱씹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면, 달라져야 한다.
"같이 가자. 개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