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암 투병 끝에 아버지마저 떠난 수림에게 남은 것은
치료비로 인한 빚과 담보 잡힌 집 한 채뿐.
유일하게 가족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집을 지키고자
3년째 의식 불명인 회장의 입주 간병인으로 대국그룹 저택에 입성했다.
간병 업무도, 저택에서의 생활도 어렵지 않았다.
그녀를 불편하게 하는 건 대국가의 장손, 윤명이었다.
“자주 볼 일 없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좀 불편하고. 그렇게 달갑지도 않아서.”
최대한 눈에 띄지 말라고 경고하고,
“너 투 아웃이라고.”
곧 퇴장시킬 것처럼 선언할 땐 언제고.
“나랑 자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까?”
그가 불편하다는 수림의 고백에 당혹스러운 질문을 한다.
*
“나는 그쪽이 왜 매번 내 앞에서 긴장하는지 알고 있는데.
그쪽은 끝까지 모를 것 같아서.”
낯설도록 낮은 목소리가 수림의 뒷덜미를 긁어내렸다.
꽉 쥐고 있는 수림의 주먹을 부드럽게 펴주었다.
힘없이 풀린 손가락 사이로 남자의 손가락이 미끄러져 들어왔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스리 아웃. 기회 줬어요, 나는.”
입술이 다가와 맞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