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내 후반부 강압적 관계 및 가스라이팅 등의 자극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승우의 삶은 남들과 아주 달랐다.
우씨 집안의 팔려 온 액받이. 그게 현승우였다.
조상이 지은 업 때문에 시한부의 운명을 타고난 어린아이, 우서진에게 향하는 살(煞)을 대신 맞으며 지내야 했으니.
그리고 성인이 되던 해, 승우는 우씨 집안에서 도망치듯 벗어났다.
서진이 악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니까.
그 말인즉, 제 쓸모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버려지는 게 두려워서 버려지기 전에 도망쳤다.
하지만 그 집을 떠난 매해 겨울마다, 승우는 서진이를 생각한다.
넓고 황량한 집에 홀로 있을 것만 같은 그 아이를.
[아, 형이다. 보고 싶었어, 형아.]
그날로부터 7년이 지난 겨울.
승우의 기억 속 어린아이가 훌쩍 자라 눈앞에 나타났다.
다시 악귀에 시달리고 있다는 끔찍한 소식과 함께. 액받이가 아닌, 매개체가 되어 저를 도와달라는 요구와 함께.
“형이랑 내가 시간이 필요한 사이인 줄은 몰랐어. 예전처럼 내가 죽는다 하면 버선발로 뛰어올 줄 알았거든.”
“……서진아.”
“하긴,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 그런데 현승우 씨, 당신도 알아야 할 게 있어.”
재회한 이후, 서진이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까만 눈동자에 서늘한 이채가 깃들었다.
“나는 안 변했어. 그건 알아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