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1초 전마다, 세상의 장르가 바뀐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음 장르에서도 나는 이미 죽을 사람으로 처리되어 있다. F급 미끼, 튜토리얼 폭탄, 전사자 명부, 마교 첩자, 폐기 대상 보조 조리사. 장르는 바뀌지만 죽음은 늘 먼저 접수되어 있다. 한도윤이 가진 것은 압도적인 힘도, 회귀 특전도 아니다. 그저 죽기 직전마다 넘어온 세계에서 작은 글씨, 빈 승인란, 없는 고발자, 조작된 동의서를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뿐. “죽일 거면 최소한 양식은 맞춰 와.” 누군가의 죽음으로만 시작되는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그 시작부터 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