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언니를 사 온 이유를 잊었어요? 몰락한 언니네 집안에 그런 거액을 치른 건 이런 거 하라고 그런 거예요. 아직도 주제를 몰라요?”
시댁 식구들의 무수한 횡포를 견디며 그들을 뒷바라지했을 뿐인데
어느새 나는 ‘막장 후작 부인’이 되어 있었다.
“로라, 내 덕에 유명해졌으니 감사하도록 해. 건방져져선 곤란하고. 내가 건방진 여자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알지. 내가 네 손에 몇 번을 죽었는데.
남편과 그의 수많은 정부들에 의해 죽고 또 회귀해도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철없는 시누이, 사기꾼 시동생, 엽색가 남편과 그를 탐내는 친구와 정부들까지.
이젠 모두 안녕이다.
* * *
복수의 칼날을 가는 그녀의 앞에, 의미심장한 동업자가 나타난다.
“후작 부인께 이 해군 병원의 후원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해군의 영웅이 되어 돌아온 필립 에클론 소공작은
차마 거절할 수 없는 부탁으로 그녀를 붙들어 놓고 정신을 홀리려 하는데…….
“내가 이렇게 잘나게 태어난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용도란 하나뿐이었어요. 그저, 당신을 얻기 위해서.”
“필립 소공작님… 미치셨어요.”
“말했잖아요. 당신에게 미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