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주역』에 대한 오해가 너무도 뿌리 깊다. 그저 운명을 점치는 ‘점서(占書)’로 여기지만 『주역』은 애당초 사사로운 이익과는 무관한 책이다. 『주역』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제왕의 리더십 교과서’이다. 제왕 즉 리더의 일은 그때마다 달라진 상황에 맞게 가장 마땅한 도리를 풀어가는 것이다. 그런 제왕을 위한 훈련서이자 교과서가 바로 『주역』이다.
『주역』 「하경」은 ‘함괘(咸卦)’ ‘택산함(澤山咸)’으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하경」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상경이 건괘와 곤궤를 출발점으로 삼아 천지만물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다면 「하경」은 이괘(離卦)에 이어서 남녀 관계를 다루는 함괘를 처음에 둠으로써 사람의 일에 더 관심을 두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남녀 관계는 인간사의 근본이다. 여기서 시작해 인륜과 예의로 더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말과 지인(知人)에서 삼가고 조심해야 형통할 수 있음을 강조한 ‘미제괘(未濟卦)’ ‘화수미제(火水未濟)’로 마무리하며 34개 괘를 다룬다. 「하경」을 풀어쓰면서도 역사 속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왕학 교과서로서 주역의 체계와 내용을 올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