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종료되면, 문이 잠긴 검사실 안에서는 비밀스러운 열기가 차오른다!
갓 스무 살, 눈앞에서 친부에 의한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한 정노아.
사건을 맡은 검사 여무진의 눈에, 녀석은 몸만 자란 채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애였다.
그런 이유로 무진은 노아의 보호자가 되었다.
“집안일 정도는 제가 하게 해 주세요.”
“…….”
“저녁도 제가 할게요. 솔직히 검사님이 한 밥, 진짜 맛없어요.”
무진은 노아에게 머물 곳과 기대도 될 어른이 되어주었고, 일은 잘해도 집안일은 서툰 무진 대신 노아는 가사를 맡았다.
그렇게 자연스레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가던 중, 먼저 균열을 느낀 것은 노아였다.
처음은 꿈이었다. 그리고 제 꿈속 검사님은 날이 갈수록 점차 선명해지고,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결국 꿈속의 욕망이 현실마저 집어삼킬 무렵이 되자 노아는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는 평생 여무진 검사의 곁을 떠날 수 없게 되었음을.
“검사님.”
그가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꼭 했어야 하는 말.
“사랑해요.”
* 본문발췌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교도소에 가게 될까?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도 막상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그가 갑자기 나타나 줘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지만, 모든 것을 다 아는 듯이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있는 이상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터. 노아는 자신이 이제 더는 ‘우리 집’에서 살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무진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나랑 같이 살아야지 뭘 어째.”
“네?”
의외의 말에 노아가 눈을 크게 떴다. 무진이 손을 뻗어 노아의 입가를 어루만지며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은동현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새끼. 제법 상냥한 투로 입을 열며 그는 어리둥절해하는 노아에게 말했다.
“협박당해서 한 일인데 네가 무슨 죄가 있어.”
“…….”
입술 끝에 닿는 손가락에 얼어붙은 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무진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째서. 자꾸만 샘솟는 의문을 해소할 길이 없었지만 묻자니 그건 그것대로 겁나는 일이었다. 무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노아, 난 너 안 버려.”
“…….”
“무슨 일이 있어도.”
부드럽지만 단호한 그 말에 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제 가슴 속에 들끓는 음험한 욕망을 알고서도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