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한없이 미미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친절했고, 살가웠으며, 호의적이었다. 가식적인 이들도 있었지만, 그의 외모와 배경, 능력 앞에선 결국 사모하거나, 질투하거나.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였다. 그토록 완강하게, 끝까지 자신을 혐오하는 존재는. 그 녀석이 처음이었다. 자신을 향한 날선 감정. 차갑고 정제된 듯 보였지만, 그 속엔 억눌린 욕망과 숨겨진 진심이 겹겹이 숨어 있었다. 무관심한 얼굴 너머로 들끓는 감정의 파편들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가 보인 익숙한 반응 대신, 그 녀석의 낯선 온도와 이중성은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안에 잠자고 있던 본능이, 스물스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