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안은 조용했다. 아침 안개 속, 피는 이미 말라붙어 있었다. 바닥엔 여섯 구의 시체. 모두 칼에 베인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자신을 바라보며 죽은 사람의 눈이었다. 진사는 무릎을 꿇고 피를 들여다봤다. 피는 흘러간 자국조차 ‘뒤로’ 향해 있었다. > “살해당했다기보단, 스스로 죽은 것처럼 보이네… 아니, 누가… 죽고 싶었던 거 아닐까…” 그때였다. — 찰칵. 뒤에서 발소리도 없이 백린이 걸어왔다. 그의 검은 아직 뽑히지 않았고, 눈도 감겨 있었다. 하지만 발끝이 피를 스치자, 그 피가 움직였다. 말라붙어 있던 피가 다시 젖어들기 시작했다. 바닥을 타고 올라와, 백린의 발끝에 닿았고, 천천히 그의 등 뒤로 스며들었다. — 스스스… 붉은 문양이 어깨를 넘어 목덜미까지 타올랐다. 그건 마치, 무언가가 기억을 되새기는 듯한 모양이었다. 백린은 멈춰 섰다. 그리고,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진사는 그 눈을 보고, 처음으로 피가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 "…너 지금, 기억하고 있는 거지?" "누가 널 죽이려 했는지." 백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들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뒤에 남은 건, **‘피가 가리킨 방향’**이었다. 그 피는, 백린의 발이 아니라— 설검문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