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아직 한창 추운 설악산 깊은 곳.
설희는 모처럼 찾아온 싹싹한 후배에게 약초꾼 일의 매력을 보여줄 방법이 마땅찮아 고민이다.
이에 떠올린 비장의 수는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으로의 깜짝 방문!
스승 없이 가는 건 처음이지만 여태 별일은 없었으니 자신만만하게 후배를 데려가는데….
그런 설희의 방심을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불곰 한 마리.
겨울잠에서 막 깨기라도 한 건지 눈이 은은하게 돌아 있다.
그래도 그렇지, 반달곰과도 친구 먹는 산신의 일족을 쫓아온다고?
저거 저거, 완전 미친 곰 아냐!
*
슬쩍 가늘어진 눈을 빛낸 남자가 여전히 발갛게 불타고 있는 설희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녀의 귓가에 대뜸 입술을 붙이고 소곤거렸다.
“그럼 새끼 기를 동안엔 거기 가서 지낼까? 너도 고향을 아주 떠나는 건 싫을 거 아니야.”
“네? 네에? 아까부터 왜 자꾸 이상한 말씀을….”
“내 딴엔 꽤 직설적으로 말했다고 생각하는데, 이 순진한 소저가 통 알아듣지를 못하네. 너 아직도 내가 잡아먹겠다고 한 게 네 사지를 찢어서 배나 채우겠다는 다짐인 줄 아는 거야? 지금, 이 상황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