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손에 친정과 조국이 몰살당했다.
잔혹한 현실을 깨달은 날, 로레나는 결심했다.
그녀의 세계를 박살 낸 학살자의 눈앞에서 죽어 주겠노라고.
“당신은, 더는 나를 멋대로 결정짓지 못해.”
탕!
단 한 발의 총성이 수도원을 뒤흔들었다.
*
그러나 어쩐 일인지 로레나는 과거로 되돌아왔다.
모든 비극이 시작된 바로 그 날로.
다시 얻은 생은 이전과 달라야 했다.
가족을 구하고 남편에게서 벗어날 방법.
답은 이혼뿐이었다.
그것도 아주 지저분하고, 원색적인 이혼.
“들개가 필요해요. 사냥개를 잡을 거거든요.”
“아하……?”
“일단 하룻밤 불장난부터 시작해 보려고요.”
“불장난을 혼자 할 수는 없을 텐데?”
그녀의 두 번째 생을 쥔 사내가 위험하게 웃었다.
“상대는, 역시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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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에게 좋은 시절 따위는 없었잖아.”
“…….”
“그러니 너도 날 감당해. 내가 그러기로 결정한 것처럼.”
바예가 권총에 안전장치를 끼우는 사이, 로레나는 손을 옆으로 뻗어 가까운 책상을 더듬었다.
열린 서랍 틈으로 차가운 총신이 손가락에 닿자마자 로레나는 그것을 힘껏 움켜쥐었다. 권총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것 역시도 미리 장전해 두었다.
“싫어.”
소식지에 기어이 실리고야 만 오빠의 죽음을 인지한 날에 로레나는 깨달았다. 모트렐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그녀는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모두가 그녀를 미워하는 나라에서, 증오하는 남자의 품속에 갇혀 사는 끔찍한 삶. 그것이 제 운명이라면 차라리 죽어야겠다.
하지만 그저 그렇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의 세계를 박살 낸 학살자의 눈앞에서 죽어 주겠노라.
수백 수천 번 지금 이 순간을 상상했으므로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자신은 고통 없이 한순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성공을 예감하자마자 로레나는 기쁘게 내뱉었다.
“당신은, 더는 나를 멋대로 결정짓지 못해.”
권총을 구석으로 내던지던 바예가 섬뜩한 예감에 홱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로레나의 검지는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관자놀이에 닿은 총구 안쪽에서 약실이 회전했다.
탕.
단 한 발의 총성이 수도원을 뒤흔들었다.
끔찍하게 일그러진 한 쌍의 와인색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로레나의 세상에서 빛이 완전히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