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 간에도 악연이란 게 있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지독한 악연이 분명했다.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낡은 노트 두 권과 빛바랜 사진을 발견한 수아는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한 장 한 장 노트를 넘길수록 아버지와 자신의 인생을 시궁창에 박아 넣은 한 여자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궁금해졌다.
그 여자가 어디까지 불행해질 수 있는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그렇게 6년. 이제 곧이었다. 그 여자의 추락을 볼 날이.
그런데…….
“혹시, 제 뒷조사하셨나요?”
목구멍이 조여들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칼날 같은 눈동자가 날아들었다.
새파랗게 날 선 눈은 금방이라도 수아의 심장을 찔러올 것만 같았다.
맹금류의 시선 앞에 수아는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툭, 툭.
소파 팔걸이를 두드리는 소리가 느릿하게 울렸다.
“했으면.”
수아는 떨리는 손을 말아쥐었다.
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여기서 깨끗하게 포기하고 돌아서느냐, 아니면 권제혁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려 보느냐.
“기어 와서 빌어 봐. 그러면 내가 봐줄지 알아?”
“……!”
권제혁은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올라선 남자답게 오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