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혼하고 싶어요. 깨끗이 사라져 드릴게요."
아나이스의 목표는 디에고에게서 안전하게 벗어나는 것이었다.
꿈을 통해 본 미래에서 아나이스를 죽인 건 바로 대공, 디에고였으니까.
“마시면서 들어요. 이건 이혼 서류. 서명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미래에서 아나이스는 디에고가 건넨 차를 마시고 피를 토하며 싸늘하게 죽어갔다.
‘그렇게 죽지 않을 거야. 살고 싶어.’
아나이스가 다짐을 되새기는 동안. 디에고는 대답이 없었다.
충격을 받은 것만 같은 그는 멍한 상태로 한참이 지나서야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나를 떠나겠다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디에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것을 보던 아나이스는 다시금 피어오른 의문을 되뇌었다.
이 사람. 정말 나를 죽일 사람이 맞는 걸까?
***
“위자료는 충분히 지급할 테니 제국을 떠났으면 합니다. 괜히 마주쳐서 곤란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자신의 계획을 위해 디에고는 차갑게 이혼장을 내밀며 오만하게 생각했다.
'황위를 차지하고 나서 황후 자리를 주고 다시 시작하면 되겠군.'
그러나 그가 함께 건넨 차엔 그가 모르는 독이 들어있었다.
“…대공비께서는 사망하셨습니다.”
마지막 순간 그가 내밀었던 이혼장을 비웃듯, 그녀 없는 삶은 지옥 그 자체였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어. 아나이스 제발. 당신을 살릴 수만 있게 해줘. 기회를 내게 제발.”
무너진 세상 속에서 살던 그는 죽고 나서야 소원대로 기적처럼 과거로 돌아왔다.
아나이스가 죽기 3년 전으로.
과거와 다르게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아나이스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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