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환은 백사장의 끄트머리, 땅과 바다의 경계에 서 있었다.
구두에 찰랑찰랑 바닷물이 와 닿았다. 쏴아아, 쏴아아아…... 밀려오고 밀려가고, 다시 밀려오고 밀려가고…... 하얀 포말이 부서지며 신환의 바짓단을 적셨다.
그러나 신환은 그조차 모르는 듯 눈앞의 바다만, 아니 새카만 어둠만 바라볼 뿐이었다. 저 멀리 수평선 어디쯤에서 등대인가 밤 배인가, 작은 불빛이 깜빡였다. 주위는 파도 소리뿐, 조용했다.
“실장님…...”
그러나 신환은 돌아보지 않았다. 바닷바람에 신환의 검은 코트 자락이 펄럭였다.
“바람이 찹니다.”
신환 가까이 다가간 박 차장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눈물에 젖은 얼굴, 그는 울고 있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신환이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정말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
“피아노 소리가 들려요. 뭘 해도, 어딜 가도 계속 피아노 소리가 들려요. 그 여자가 치던 피아노 소리…...”
“…...”
“왜 이러는지…... 그 여자한테 원망받을 짓 한 것도 아닌데…... 나, 꼭 그 여자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줬거든요. 잘해 주지도 다정히 해 주지도 않고, 하룻밤 여자처럼, 꼭 돈으로 산 여자처럼..….”
말끝이 흔들렸다. 신환은 급히 손을 들어 눈가를 가리듯 덮었다. 그러나 눈물은, 굵고 뜨거운 눈물은 손가락 사이로 뚝뚝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