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역병의 시대였다.
유일한 치료제로 황실과 권력에 유린 당한 고통의 삶은, 벌써 11번째 지옥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해도 죽을 수가 없었다.
저주처럼 내려앉은 그 예언이 선고한 사망일 까지는.
뜨거운 불길 안에 드러누워도, 내장을 다 녹인다는 독을 마셔도, 폭풍우 치는 바다에 몸을 던져도.
끝끝내 허락되지 않던 죽음은 예언의 날을 맞이하고 나서야 찾아와, 그마저도 온전히 끝나지 못하고 처음으로 돌아갔다.
생이 고작 5년 남은 스물다섯, 예언이 새겨진 그 날로.
"나를 정부로 들이렴."
동맹을 맺고자 손을 내밀었던 남자는,
"결혼하자."
이전 삶과 한결같은 호구였고
"미친놈."
단호한 거절에도 한껏 비뚤어진 경로를 탄 근면 성실함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내 부인께선 언어력이 상당히 거치신 게 매력인 것 같고."
"누가 네 부인이야? 인지능력 불능이야?"
"아랫도리는 만능이야."
부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카시온이 능글대며 주절거리는 말을 이린시스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받아쳤다.
"아직 성능 실험 전인 거 다 알아."
그걸 부인이 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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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김선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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