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3개월, 악마가 찾아왔다.
“누구세요?”
“네 소원을 들어줄 사람.”
그와의 계약을 받아들인 순간,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소설 속 시한부 악녀가 되었다.
“너는 로제르 공작가의 수치다.”
“오만방자하고 쓸모없는 계집애.”
“공녀와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아.”
가족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유일하게 마음을 준 황태자에게 버림받았으며,
모두의 혐오 어린 시선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을 맨 ‘코델리아 로제르’.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일 년. 어떻게든 이 결말을 바꿔야만 했다.
‘난 절대로, 코델리아처럼 사랑을 구걸하지 않아.’
가족들의 애정도, 황태자와의 결혼도 필요 없었다. 날 사랑하지 않는 이들에게 매달려 여생을 낭비하기엔 한시가 소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원작 속 코델리아처럼 비참하게 죽지 않으리라.
그래서 스스로 가족을, 약혼자를 버리고 머지않아 다가올 죽음을 준비했다.
그런데.
“…코델리아, 나를 용서해다오.”
“제발, 내가 잘못했어.”
날 혐오하던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뒤늦게 나를 찾고.
“사라지지 마.”
당신은 왜, 이제 와서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보는 걸까.
일러스트: 기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