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시원의 기억을 일깨우는 호쾌하고 장렬한 이야기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둔덕 하나 찾을 수 없는, 밤이면 얼어붙은 바람에 풀 끝이 누렇게 시들고 아침이면 태양빛이 지평선의 끝에서 끝까지 일순간에 휘달리는, 어쩌면 우리가 처음으로 발을 디뎠을지 모를, DNA 속에 남아 있는 시원(始原)의 풍경. 그곳에서 우리는 말을 내달리고 피를 뒤집어쓰며 살육과 약탈을 자행하기도 했을 것이고, 움막 안에서 손을 맞잡고 여럿이 머리를 맞대 규례와 제도를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족장 세르멕』은 드넓은 초원과 황량한 사막, 험준한 고원을 배경으로 야만과 문명이 혼재한 어두운 시절을 살아간 뜨거운 인간군상을 그린 환상문학이다. 이 작품 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가상의 시공간 위에서 자신의 욕망에 따라 달음박질친다. 시원의 공간에서 부끄러움도 스스러움도 없이 타고난 본성에 충실한,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다 스러져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 욕망의 날줄들 사이를 ‘세르멕’이라는 씨줄이 오가며 거대한 하나의 천으로 이야기를 자아낸다.인류의 발전사, ‘야만’과 ‘문명’의 대결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규약과 제도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앞서 죽어간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것이다. 『족장 세르멕』의 무대는 이러한 것들이 세워지기 전, ‘그래야만 하는 것’이 없고 ‘내가 곧 정의’가 되는 무법의 공간이다. 그래서 그곳은 모든 것이 긍정되는 압도적인 자유로움의 공간이기도 하고, 정도가 없는 살육과 죽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시 자신이 겪었던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끔 하기 위해 애쓰는 세르멕의 모습은 야만을 극복하고 문명을 일구려 애써온 ‘인류’의 이야기로 치환되어 깊은 감동을 준다.작가는 서울 명동의 구두공방에서 도제수업을 받고 지금도 구두를 만들고 있는 한 구두장인이다. 독특한 이력이지만 그는 사실 10년간 꾸준히 문학동인 활동을 병행해왔으며, 『족장 세르멕』을 집필하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상 · 하권 688쪽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 우리는 잘 짜인 이야기가 주는 이야기가 주는 재미를 만끽함과 동시에 인류를 실어 나른 두 개의 바람, 본능과 이성으로 환원되는 ‘야만’과 ‘문명’에 대하여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초원엔 수없이 바람이 불어온다.슬픔의 탄식과 희망의 함성을 담고 바람은 먼 미래에까지 불 것이다.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그 바람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서슴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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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page07/04/2023
  • Current족장 세르멕 [단행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