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주 잠시 함께 지냈던 강아지 ‘짜장이’가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짜장이, 그거 저예요.”
회색 눈동자를 가진 이상한 남자 무화. 자신을 짜장이라 칭하며 사람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다. 반려니 각인이니, 그게 다 뭔데?
“너 뭐 돼?”
“형 좋아하는 사람이요.”
맹목적인 애정을 퍼부어대며 사랑을 갈구하는 무화가 부담스럽다. 이 자식,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무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한순간의 충동으로 복잡한 관계를 맺는 일은 과거에서 그치기로 했다. 애써 포장한 리본을 풀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왜인지 점점 흔들린다. 과거의 결심이 무너질 듯 위태롭다.
“미안하면, 기회 줄래요?”
“…….”
“주세요, 기회.”
어쩌면 이미 무너졌을지도.
[발췌]
“짜장이.”
심장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강아지 이름, 짜장이잖아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쿵,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앉는 듯했다.
무화가 알 리 없는 이름이었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짜장이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날 바라보는 무화의 눈동자가 무겁게 침잠했다. 그 뒤를 잇는 목소리 또한 지독히도 낮았다.
“저예요.”
“……뭐?”
“저라고요.”
뭔 소리야. 대화 흐름이 이상했다. 얼굴을 구겼다.
“다짜고짜 그게 무슨……. 너 술 덜 깼어? 뭔 헛소리야.”
“헛소리 아니에요.”
눈빛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짜장이, 그거 저라고요.”
*공: 무화(21): 자신을 ‘짜장이’라 주장하는 늑대 수인. 나여해를 졸졸 따라다니며 맹목적인 애정을 쏟아 낸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 나여해가 원망스럽다.
*수: 나여해(23): 한국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데일리 타임> 유명인사, 일명 ‘동물구조범’. 동물을 사랑하나 왜인지 주는 만큼의 사랑을 돌려받지 못한다. 자신을 ‘짜장이’라 칭하는 묘한 남자, 무화가 수상하다.
**글 중에서**
“왜 저 버렸어요?”
“뭐?”
“평생 같이 살자고 해 놓고 왜 나 버리고 도망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