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싫다. 꼭 누군가의 청승맞은 눈물 같아서.
그런데, 그 빗속에 젖은 채로 선 여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향해 중지를 세우며 쿨하게 돌아서던 그 여자가 무척 섹시해 보였다.
유도람. 나의 발칙한 비서.
그녀에게 야근을 시켜야 할 것 같다.
“연애 끝나서 한가하겠네.”
비만 오면 광기로 날뛰는 늑대 새끼가 웃으며 묻는다.
날도 좋은데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몹시 위험해 보였다.
헤어진 건 어떻게 알았을까? 전혀 내색하지 않았는데.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또 딴 놈 만날 건가?”
“아니요. 당분간은 쉬려고요.”
“그럼, 연애 말고는?”
“……네?”
도람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무슨 미친 소리냐는 눈빛으로.
“필요할 것 같아서.”
야릇하게 눈가를 휘어 올린 은혁이 입술을 달싹였다.
“침대에서 같이 뒹굴 놈.”
“……네?”
“말만 해. 원하면 놀아줄게. 그 새끼보단 훨씬 나을 거야.”
이상하다. 미친 개소리라며 무시해야 하는데.
어느새 도람의 눈은 그의 관능적인 몸을 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