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만난 남자한테 결혼을 구걸하는 거, 수치스럽지 않아요?”
비록 어머니의 빚을 막기 위한 결혼이었지만, 시연은 동하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1년의 결혼 생활만 유지하면 이후엔 서로가 원할 때 이혼할 수 있다는 조건부에도 불구하고.
차디찬 겨울에 만났지만 시연에게 동하는 겨울이자 겨울의 온기였으니.
그래서 아이가 생겼음을 알았을 때 마치 앞으로도 쭉 동하의 옆에 있어도 된다는 신호처럼 느껴져 기뻤다.
하지만.
“나한테 서동하 씨는 진눈깨비 같은 사람이에요.”
그러나 동하에게 자신은 결코 사랑일 수 없음을 깨닫고 말았다.
“당신은 내가 잡을 수 없는 사람 같았어요. 멀리서 바라볼 때는 보기 좋지만, 막상 그 아래서면 시린 잔상만 남기고 녹아버리는 진눈깨비처럼 적당한 거리에 두고 선을 지킬 때만 봐주는 사람이었거든요. 가까이 가려고 하면 벽을 치는 당신 앞에서 나는 체념하는 것부터 배웠어요.”
결국 시연은 임신한 것을 숨긴 채 동하에게 이혼을 말한다.
마치 겨울에 흩날리는 함박눈처럼 온통 동하의 세상이 시연으로 채워지는 순간,
동하는 시린 겨울처럼 닫힌 시연의 마음을 마주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