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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너무 좋다. 세상은 나에게 친절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다. 왜? 나는 슈르제네 제국 황자니까.
황위 계승 서열 12위.
야망 없는 자에게 적당히 애매한 서열만큼 아름다운 건 없다. 황태자인 형님을 존경해 마지않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황족의 혜택만 뽑아 먹으면서 인생 편하게 살다 가는 것이 삶의 목표인 나에게 요즘 고민이 생겼다. 누구도 아닌 루카스 때문에.
“전하. 오늘부터 이 독을 조금씩 드셔야 합니다.”
날 죽이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전하. 매일 백 번씩 베껴 쓰십시오.”
응, 확실히 말려 죽이려는 것 같긴 한데.
“전하. 한 번만 안아 주실래요?”
…이 녀석이 원래 이런 녀석이었던가.
지난달 야유회를 다녀온 이후로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하던 루카스는 급기야, 일생일대의 비밀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자신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스물두 살 송이현이며 지금 <슈르제네 연대기>라는 소설 속으로 빙의했다고.
뭐? 대체 저건 무슨 정신 나간 소리야?
소설? 대한민국?
어이가 없어서.
빙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에녹 엘 슈르제네
수, 21세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그를 사람들은 ‘슈르제네의 노을’이라 불렀다. ‘태양’은 황제의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것쯤 아무 상관 없다. 태양이 되고 싶지도 않고, 태양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한 번뿐인 인생, 잘 놀다 가면 그뿐인데 정신 나간 심복 루카스가 자꾸만 자신을 황제로 만들려고 해서 너무 곤란하다.
루카스 슈비츠(송이현)
공, 20세. 송이현은 22세.
검은 머리칼에 회갈색 눈을 가졌다. 다섯 살에 에녹의 배동으로 성에 들어와 함께 자랐다. 에녹과는 눈빛만 봐도 통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지만 몸이 약한 탓에 에녹만큼 쾌활하지는 않다. 에녹이 적극적으로 사고를 치는 타입이라면 루카스는 조용히 뒤에서 설계하는 타입. 슈르제네 제국은 <슈르제네 연대기>라는 소설의 배경이며 자신은 책 속에 빙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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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계약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