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읽고 있던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남주인공 루크와 여주인공 알리시아를 가로막는 악녀 카린 웬디스로!
‘이걸 어째? 거기다 난 끝까지 본게 아니란 말이야! 보다가 잤다고!’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에서 그녀가 빙의한 몸의 주인 카린은 여주를 죽이려고 그녀를 가두고 불을 지르는 계획을 꾸미는 중이었다.
‘아냐, 난 안 해. 안 해!’
그래, 일단 여주랑 남주를 이어 주고 악녀 짓 안 하고 뒤로 빠져 버리자!
카린은 그러면 잘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
시종들이 모두 나가고 문이 찰칵 닫혔다. 루크는 문을 보고 있다가, 천천히 카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카린의 몸이 움찔 튀었다.
‘그랬는데……. 대체 왜 이렇게 된 거람?!’
이상했다. 분명 지금쯤 남주와 여주가 만나 하하호호 하고 그녀는 빠져나갔어야 하는데, 왜인지 그녀는 남주와 첫날밤을 치르게 되어 버렸다. 카린은 바짝 얼어 버렸다.
루크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왜 그렇게 긴장했습니까?”
“…공작님은 어떨지 몰라도 난 처음이거든요.”
“이제 공작님이 아니라 여보, 나 당신 아닌가?”
루크는 그렇게 말하며 카린에게 다가왔다.
“긴장 풀어.”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