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아닌 고아 신세로 아버지의 병원비를 대며 힘들게 살아가는 혜연.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고액 과외를 구하게 되고, 그곳에서 구릿빛 피부에 강한 인상을 가진 혼혈아 한서를 만난다. 어릴 때 사고로 숲에서 얼마간 실종되었다는 한서는 짐승의 습성대로 행동하고, 혜연은 그런 그를 통제해야만 하는데……. 《짐승의 것》 *** “내 말을 전적으로 따라 줄 수 있어?” “전적으로…….” “그래. 네게 어떤 변화도 없다면, 난 계속 올 수 없어.” 마치 잡아먹을 듯, 혜연을 향하는 그의 눈빛은 밀림 속 포식자의 것 같았다. 순간 목 뒤에서 양팔이 감겨 와 그녀를 끌어안았다. 석상처럼 굳어 버린 혜연의 귓바퀴를 타고 은밀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조건이 있어.” “뭐, 뭔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지만, 혜연은 간신히 대답했다. 간지러운 손길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면, 그땐 내 것이 돼.” “!” “그사이에 다른 새끼를 만나서도 안 돼.” 나지막한 숨마저 삼켜졌다. “네가 말한 대로 할 테니까 너도 약속 지켜. 알아들었지?” 한순간에 더위와는 다른 뜨거움이 몸속에 피어올랐다. 단단한 팔이 그녀의 몸을 더욱 강하게 조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