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나의 직감은 믿을 수 없고, 내 선택 또한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이 행위가 자해와도 결이 같음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나를 파괴하는 걸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욕망 받고 있음을 확인하니 죄이고 있던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비정상적인 수단임을 알고 있는데도, 나조차 조금은 그를 욕망하고 있었다는 걸 아주 옅게 느꼈던 그 순간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아흑, 아, 아!”
절대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상대와 알몸으로 시트에 뭉개지며 신음을 쏟아내는 일.
위험한 냄새를 풍기던 이 남자는 결국엔 내 어깨를 눌러 거칠게 눕히곤, 몸을 남김없이 핥다 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풀어 벗고, 겹쳐오던 그의 목을 감싸 안은 건 오히려 내 쪽이었지만.
그조차 날 원하지 않을 때. 언젠가 오게 될 그 날에 공중분해 되고 말 나를 잘 알고 있는데도, 나는 날 아끼지 않았다.
그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단단한 몸, 늘 거부하기에 바빴던 손은 본능적으로 이 남자에게 감기고 움직인다.
“아무렇게나 놀리고 다녔을 텐데, 성가실 정도로 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