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D Gray의 수장, 디자이너 도정하. EZ 매거진의 에디터 김은주. 동양인 최초 모델닷컴 10위권 내로 차트인한 탑 모델 오재현. EZ 매거진의 에디터로 근무하는 김은주는 특집 기사를 준비하던 중 모델 섭외를 맡게 되는데, 섭외해야할 모델은 인터뷰는 죽었다 깨어나도 하지 않겠다던 탑모델 오재현. 재현은 은주에게 인터뷰 수락 조건으로 세계적인 남성복 브랜드 D Gray의 수장 도정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제안한다. 패션매거진 에디터와 탑모델, 디자이너 그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본문 중에서- “늘 이야기하는 우리의 자부심. 발간 이래 한 번도 판매율 1등을 놓친 적이 없다는 거.” “…….” “그런데 이번엔 놓쳤어. 우리가 2등이야.” “…….” “이유가 뭘까?” 나는 죄인이다. 그냥 닥치고 있어야 한다. 감히 죄송하다는 말도 꺼내면 안 된다. 그 즉시 잘린다. “오재현을 섭외하라고 했더니 판매율을 내려놓으면 어떡해.” “…….” “그 자식 거기서 인터뷰도 했더라?” “…….” “인터뷰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한다던 새끼가. 씨발…….” 김민석 편집장도 열 받긴 매한가지였나 보다. 펜을 잡고 있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발간 이래 처음으로 판매율 2위. 이게 다 죽었다 깨어나도 인터뷰는 안 하겠다던 오재현이 보란 듯이 인터뷰를 해준 탓이다.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 긴 뭐가 아니야. 내 잘못이야. 오재현을 섭외하지 못한 내 잘못. “내가 너한테 무슨 말할지 각오는 했겠지.” “…….” “한 달 더 준다. 이번엔 제대로 해.” “…….” “아니면 진짜 아웃이야.” 진짜 아웃당하지 않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시작할 차례다.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워 도망치고 싶었다 해도 말이다. * 무대를 집어 삼킬 것 같은 음악 소리가 패션쇼 장을 가득 채웠다. 고막을 때리는 비트가 귓가에 따갑게 내려앉았다. 수백 개의 눈부신 조명이 런웨이를 비췄다. 전 세계 패션 피플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D Gray의 S/S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쇼가 진행되는 내내 머릿속을 채운 건 당연 도정하였다. D Gray가 유명한 건 알았지만 역시 도정하는 도정하였다. 옷이 도정하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도정하의 옷을 보기만 한 것뿐인데 도정하가 내 옆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의 성격과 생각, 가치관이 그대로 옷에 드러났다. 그래. 주제가 Top dog라고 했었다. 정말이지 도정하다웠다. 그리고 내가 입었던 옷이 나오는 순간 나는 얼굴이 빨갛게 변해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으으, 어쩐지 부끄러웠다. 쇼가 끝나고 모델들이 모두 나온 뒤 제일 마지막으로 도정하와 김기영, 강예리 씨가 나왔다. 일단 전 좌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 뒤 도정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해사하게 웃었다. 매우 개운한 웃음이었다. 마치 잔뜩 세우고 있던 긴장을 풀고 편안해진 듯한, 보는 내가 그런 기분이 들 정도로 편안한 웃음. “제가 표현하려 했던 것은 정상에 선 자신입니다. 언제나 승리자여야 하고 그렇기에 끊임없이 정상에 선 자신을 추구하죠. 정상, 그 다음의 정상, 그 다음의 정상까지 끊임없이 올라가고 싶은 제 욕망을 분출할 곳이 없어서 이곳에 분출했습니다.” 도정하는 늘 쇼가 끝나면 같은 말을 하기로 유명했다. 처음엔 그 컬렉션의 기획 의도를 짤막하게 말하고 그 다음엔, “이야기가 길어지지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항상 쇼의 가장 마지막에 하는 말이 나온다. 도정하의 팬이라면 줄줄이 꿰고 있는 말. “저는 늘 제가 입고 싶은 옷. 혹은 소중한 누군가에게 입히고 싶은 옷만 만듭니다.” 이미 입모양으로 도정하가 할 말을 따라하는 사람들도 몇 명 보였다. 그 광경에 웃음이 터진 나는 입꼬리를 올려 씩 웃고 있었는데, 도정하는 갑자기 객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주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서요.” 그렇게 눈이, 마주쳤다. “여러분 역시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겨운 멘트이지만 이 말은 할 때마다 새롭네요.” 끝에 도정하는 화사하게 웃었다. 나를 바라보며. 사실 바라본 사람이 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나만 눈이 마주쳤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도정하의 옆엔 강예리 씨도, 김기영 씨도 서있었는데 왜 다른 것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도정하만 눈에 차는 건지 모르겠다. 도정하만 무대 위에서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도정하가 바라본 사람이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 순간 충분히, 도정하 자체를 느낄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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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08/25/2016
  • Current마지막 로맨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