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현 그룹 후계자이자 건현대학교 이사장, 강정현
까칠하고 무뚝뚝한 건물주 정현에게 나타난
세입자 건현대학교 의상학과 재학생, 서하림.
“집을 좀 비워 주셔야겠어요.”
하림은 어떻게든 이 집에 남기 위해 그를 설득하고
차갑기만 한 겉과 다른 그의 진짜 속내를 마주하게 되는데……
“오늘 이사할 집 계약할 거예요. 빠른 시일에 집 비울게요.”
갑자기 담배 생각이 간절해진 정현은 착잡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빨리요?”
“제가 나가길 원하셨잖아요. 그동안 안 나가겠다고 고집 부렸던 것도 좀 미안하고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것이 예의 같아서요.”
“그건…….”
말을 잇지 못하고 정현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흩트렸다. 당장 나가겠다는 하림에게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무슨 말이든 해서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정현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날 내가 했던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그럼요?”
자신을 바라보는 하림의 눈빛에 정현은 그대로 벤치에서 일어났다. 호숫가로 가까이 다가가 잠시 서성이던 정현은 다시 하림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
“오해예요.”
“알겠어요. 그럼 오해 풀게요. 이제 할 말 다 하셨죠? 그만 일어날게요.”
정현은 그대로 벤치에서 일어나는 하림의 손목을 잡아 세우며 다급하게 말했다.
“미안했어요. 그날은 내가 말이 좀 심했어. 그러니까 안 나가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