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과 진우는 만난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들에게 여덟살의 나이차이는 큰 벽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들을 현재로 이끌고 온 수 많은 시간들이 걸림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안다고 믿었던 것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진실이 되는 순간들에
둘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가은은 여전히 달빛을 가리고 있는 진우를 밀어내려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진우는 꼼짝없이 자신의 힘으로 가은과의 간격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수 초 간 사이로 가은의 눈동자가 어둠에 익숙해졌고, 진우의 깊은 눈망울이 드러났다.
“출발할까요.”
진우는 말했고, 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가은에게서 벗어난 진우가 한쪽에 올려둔 안경을 다시 익숙한 손놀림으로 집어 들었다. 아직 시동이 켜지지 않는 차 안에서는 진우의 움직임만이 들려왔고, 그 사이로 곧이어 진우의 목소리가 아주 조용히 가은의 귓바퀴를 타고 스며들었다.
“장난은 치지 않는 게 좋아요.”
“…….”
가은의 들숨이 그대로 멈춰졌다.
“현실과 이상은 다른 거니까.”
자동차의 전조등이 어두웠던 골목길을 밝게 비추자 하늘의 달빛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가은은 무엇인가라도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성대는 마치 더 이상 울리지 않는 것처럼 꽉 막혀 버리는 것이었다. 시동이 켜지고 자동차가 움직이고, 익숙한 거리의 광경이 드러날 때까지 가은의 집 앞에서 멈춰진 차가 이내 가은을 내려두고 떠나 버릴 때까지 가은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애써 숨소리를 감추는 것이었다. 장난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말했던 그 순간부터, 진우에게 달려가 연애를 하자고 조르듯이 말해 버린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당신에 대한 모든 것에 장난은 없었다.’고. 진우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차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가은이 진우가 떠난 자리를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