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숙청을 통해 왕국을 장악한 일라이자 벨루스. 그녀의 치세는 완벽했다.
순진한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던 꼭두각시 국왕 히아스가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
“네, 모두 내가 그랬어요.”
히아스는 부정하지 않고 사르르 웃으며 답했다.
일라이자는 제 목에 드리운 단검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일라이자가 나빴어요. 자꾸만 나를 버리려 하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꼭두각시가 되어줄 수 있었는데.”
일라이자를 내려다보던 히아스의 두 눈이 돌연 섬뜩하게 빛이 났다.
“그러니까 이건 모두 일라이자의 잘못이에요.”
천천히 단검을 거둔 그가 날름, 혀를 내밀어 검날에 묻어난 그녀의 피를 핥았다.
“어때요? 지금이라도 다시 나만을 일라이자의 꼭두각시로 삼아줄래요?”
히아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이 웃으며 사근사근 속삭였다.
“그 남자보다 더 만족시켜 줄게. 어서 나를 선택해, 엘자.”
* * *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히아스는 새하얀 베개 위로 고개를 파묻으며 신이 나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죽이겠다 협박하는 엘자라니! 최고야! 너무 멋있어!”
“드디어 당신과 이렇고(팔베개와!) 저런 것들을(손깍지를!)……!”
“그냥 당신이 나를 책임져요! 사랑하는 나의 엘자!”
일라이자는 말을 잃고 그 추태를 차갑게 식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키우던 것이 마냥 순진한 강아지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미친 망아지였다.